유발 하라리 <넥서스> - 서평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를 읽으며 나는 또다시 그의 탁월한 통찰력과 스토리텔링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그가 이전 작품들에서 다뤘던 인류의 역사를 더욱 심화시켜, 정보와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인류의 진화를 탐구한다. 석기시대부터 인공지능(AI) 시대까지 이어지는 넥서스, 즉 연결의 망 속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로 변해왔고 앞으로 어디로 향하게 될 것인가? 하라리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우리에게 중요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하라리가 인공지능을 단순한 도구로 보는 것을 넘어서 독립적인 행위자로 묘사했다는 점이었다. AI는 더 이상 인간이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 정보를 생성하고 판단하며 우리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다가온다. 나는 이 대목에서 마치 섬뜩한 예감에 휩싸였다. 우리가 신기술을 향해 전진하는 동안, 그 기술이 어느 순간 우리를 통제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생겨난 것이다. 하라리는 이러한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인류가 지금까지 이루어낸 진보의 이면에 항상 존재했던 부정적 측면들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인공지능이 정보의 심연 속으로 인류를 밀어 넣을 수 있다는 하라리의 비유는 매우 인상 깊었다. 우리는 과거에도 정보를 통제하려 했지만,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점차 그 통제력을 잃어왔다. 이 책에서 하라리는 인류가 어떻게 정보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쟁해 왔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AI가 우리의 지식의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형태의 정보 연결망을 구축하면서, 그 정보의 복잡성이 인간의 이해를 완전히 넘어설 가능성에 대해 경고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가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인류의 주도권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하라리가 이 책에서 제기한 또 다른 중요한 질문은, 과연 인간은 계속해서 정보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AI는 이제 우리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우리보다 더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인간이 지닌 가치는 무엇일까? 하라리는 이에 대해 인간의 감정, 창의성, 그리고 윤리적 판단이야말로 우리가 AI와 구분될 수 있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과연 우리의 창의성과 감정이 AI와의 경쟁 속에서 끝까지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AI는 이미 예술을 창작하고 음악을 작곡하며, 인간보다 더 효율적으로 감정을 분석하고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이 경주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AI와 인류의 공존 가능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하라리는 우리가 AI와의 공존을 선택할지, 아니면 경쟁을 선택할지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AI를 단순한 적이나 도구로만 보지 않고,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는 파트너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하라리는 이러한 공존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윤리적이고 법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AI가 우리를 지배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하라리가 제시한 '윤리적 AI'라는 개념에 큰 감명을 받았다. 기술의 발전이 단지 편리함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기반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매우 중요하게 다가왔다.
하라리는 또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정보와 권력이 어떻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고대의 신권 정치에서부터 현대의 빅데이터 시대에 이르기까지, 정보는 항상 권력의 원천이었다. 이 책에서 하라리는 AI가 정보를 다루는 방식이 어떻게 새로운 형태의 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분석한다. AI가 정보를 독점하고 그 정보를 통해 사람들을 통제하게 된다면, 우리는 과연 자유로운 존재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나를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과거에는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는 자가 권력을 가졌다면, 이제는 정보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AI가 새로운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흐름 속에서 우리의 자율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까?
『넥서스』는 단순히 AI의 발전을 두려워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아니다. 하라리는 인류가 정보와 기술의 네트워크 속에서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모색한다. 그가 제안하는 해결책 중 하나는 인간의 연대와 협력이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과정에서 인류는 그 어떤 기술보다도 강력한 연결망을 형성할 수 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 간의 연결과 이해가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하라리는 AI가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그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스스로의 인간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하라리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과연 AI 시대에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 우리의 가치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넥서스』는 단순히 기술적 미래에 대한 예측을 넘어,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고 그 정의를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유발 하라리는 이 책을 통해, 정보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단순한 기술 발전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넥서스』는 AI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유발 하라리는 단지 미래를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그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변화를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인간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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