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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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 서평

 

Ⅰ.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질문: “나는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가?”

 

얼마 전, 나는 평소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몰두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하루 종일 업무에 파묻혀 지내다가, 저녁 늦은 시각에야 겨우 집에 돌아오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주말이 되면 그동안 못 했던 집안일을 처리하느라 분주했고, 지인들과의 약속도 간신히 끼워 넣다 보니 눈 깜짝할 새 휴일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뭘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렇게 무의미한 소모감이 커질 즈음, 어느 날 집 근처 서점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라는 책을 발견했다. 제목을 보자마자 묘하게 가슴이 울렸다. “바로 이거야. 요즘의 내 상태를 딱 보여주는 말이군.” 하고 느꼈다. 책의 표지를 넘기기도 전에, 이미 마음 한구석에서 알 수 없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일어났다.

 

막상 책을 펼쳐보니, 전승환 작가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을 솔직하고도 섬세한 문장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도대체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을 때, 어떻게 그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작가는 강압적이거나 추상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하나하나 아주 현실적인 조언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Ⅱ. 해야 할 일들에 묻혀버린 일상,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망각

 

살아가다 보면 ‘해야만 하는 일들’이 끝없이 쏟아진다.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 집안일,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 등등. 이런 일들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꽉 차 버린다. 눈앞에 놓인 스케줄을 소화하기에 바쁘니, 정작 내 마음은 어떤 상태인지 깊이 들여다볼 겨를이 없다.

나 또한 그런 굴레 속에서 “오늘도 무사히 마쳤으니 됐다”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끝내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차 정신적으로 피로가 누적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이렇게 허전하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이런 의문이 계속 쌓이다 보면, 마음은 점점 복잡해지고 우울해지기 쉽다.

 

바로 그 시점에 만난 책이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모르는 것”이 결코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사실을 작가는 일깨워준다. 중요한 건 그걸 ‘잘못된 것’이나 ‘비정상’이라고 여기며 외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상태를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안도감을 느꼈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그래, 모르겠으면 모른다고 인정하면 되지. 그리고 천천히 탐색해나가면 되는 거구나”라는 사실에, 어쩐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Ⅲ. ‘큰 도전’이 아니라 ‘사소한 감정’에서 시작하기

 

수많은 자기계발서나 인생 조언 책을 보면, 종종 거대한 목표나 비전을 세우라고 독려한다. “인생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10년 뒤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가?” 같은 질문들을 던지며 뚜렷한 청사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 방식이 잘 맞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나는 그러한 ‘큰 꿈’이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지금 눈앞의 생활만으로도 이미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잘하고 싶어도, 당장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부족했다. 그런데 그런 상태에서 “더 거창한 목표를 찾으라”는 압박을 받으면, 오히려 무력감만 커졌다. “나는 왜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하지? 왜 열정적이지 못하지?”라는 자기 비하가 커지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에서 작가는, 아주 소소한 감정부터 살펴보라고 권한다. 당장 대단한 꿈을 찾겠다는 생각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가 언제 즐거움을 느끼고, 언제 기분이 나빠지는지, 언제 설렘이 올라오고, 언제 무기력해지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조금이라도 개운함을 느꼈나?”, “점심을 먹을 때 어떤 맛이 기분을 좋게 했나?”,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는 뭘까?” 같은, 지극히 사소한 포인트에 초점을 맞추도록 제안한다. 처음에는 “정말 이런 게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막상 해보니 뜻밖의 효과가 있었다.

 

왜냐하면 그 작은 감정들이 모여서 나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고민’이라고 부를 만한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수많은 미묘한 감정들이 쌓여서 어느 순간 슬럼프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였다. 이 책이 가르쳐주는 대로 내 감정을 하나씩 짚어보기 시작하니, 스스로도 몰랐던 내 취향이나 바람을 조금씩 발견하게 되었다.


Ⅳ. 작게라도 내 마음의 목소리를 기록해보는 연습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구체적인 방법들을 소개해주는 부분을 마주치게 된다. 예를 들어 감정 일기를 쓰는 것, 혹은 하루 10분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틈’을 만들어보는 것 등이다.

 

감정 일기의 경우, 사실 나는 귀찮다는 이유로 오래전부터 미뤄왔었다. 소위 ‘자기 계발’ 혹은 ‘마음 챙김’이라는 주제에서 감정 일기의 중요성을 종종 듣곤 했지만, 현실적으로 실천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작가는 어렵지 않게, 예를 들어 “오늘 어떤 상황에서 기분이 좋았나? 싫었나? 그 감정의 원인은 무엇 같나?” 정도만 써보라고 권한다.

 

이렇게 시작한 감정 일기는, 의외로 내 일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해주었다. 예를 들어, “오늘은 출근길에 평소보다 버스가 붐벼서 힘들었다”라고 쓰면서, 내가 사실은 복잡한 공간에서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동료에게서 칭찬 한 마디를 들었을 때 기분이 의외로 많이 좋아졌다”라고 적으면서, 내가 생각보다 타인의 인정에 민감하고, 그것을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두세 줄 남짓한 기록에 불과했지만, 꾸준히 적다 보니 나중에는 “아, 나는 이런 성향을 갖고 있구나”라는 통찰이 생겼다. 이 작은 습관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찾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꽤 흥미로웠다.


Ⅴ. 무조건 ‘괜찮아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나는 항상 괜찮아야 해”라는 무언의 압박을 느낀다. 직장에서는 프로답게 일해야 하고, 가정에서는 흔들림 없이 역할을 다해야 하고, 친구들과 만날 때도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길 바라는 기대가 있다. 그런데 그 부담이 쌓이다 보면, 어느샌가 내가 정말로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진다.

 

이 책에서 작가는 “언제나 괜찮을 필요는 없다”고 말해준다. “내가 원하는 걸 모르는 건 당연하고, 불안하거나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는 메시지가 무척 인상 깊었다. 이 말이 주는 위로가 상당했다.

 

나는 특히 이 부분에서 큰 해방감을 느꼈다. 그동안 나는 힘들면서도 그것을 티 내지 않으려 애써 왔는데, 그것이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나도 괜찮지 않을 때가 당연히 있구나. 그렇다면 그때 잠깐 멈춰 서서 내 상태를 돌아봐야겠구나’ 하는 단순한 진리가, 그동안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싶었다.

 

책을 읽고 난 뒤로, 실제로 조금 더 솔직하게 “지금은 좀 힘들어서 잠시 쉬고 싶다”거나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 안 좋다”라고 주변에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미안함이나 죄책감 대신 마음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이 내가 내면에 가해왔던 과도한 ‘괜찮아야만 한다’는 압박을 조금씩 풀어주었다.


Ⅵ. 결핍에서 찾는 단서: 내가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 중 하나는, 결핍을 부정하거나 억누르지 말고 오히려 그것이 무엇인지 직면해 보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결핍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하지만, 작가는 “결핍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힌트”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나는 왜 이렇게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라고 생각해본다면, 그 속에는 사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라는 바람이 담겨 있을 수 있다. 혹은 “나는 왜 항상 사람들 앞에서 인정받고 싶어 안달복달할까?”라고 고민한다면, 그 근저에는 “나를 좀 더 가치 있고 빛나는 존재로 여기고 싶다”라는 갈망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이렇듯 결핍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동안 내가 무시해왔던 욕구나 꿈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나는 책을 읽고 난 후, 내게 가장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영역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 결과 “혼자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일에 매달리는 생활 패턴 속에서, 정말로 혼자서 무언가를 해보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주말에 잠깐이라도 산책을 하거나, 집에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변화였다. 이 작은 실천이, 내가 느끼던 결핍을 조금씩 해소해 줬고, 그로 인해 전체적인 삶의 균형도 찾아왔다.


Ⅶ. “책을 덮고 난 뒤, 내 일상에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가?”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를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바로 내 삶에 적용해볼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예컨대 감정 일기, 멍 때리기, 결핍 직면하기, “항상 괜찮지 않아도 된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기 등, 작가가 언급한 방법들은 일상 곳곳에서 손쉽게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이자, 나는 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서서히 달라지는 걸 느꼈다. 예전에는 일에 치여 “어차피 바쁘니까”라며 체념하는 순간이 많았지만, 지금은 “오늘은 어떤 감정을 느꼈나?”,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고, 무엇이 나에게 에너지를 줬나?”를 자문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계속 상기시켜 준다.

 

물론 아직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이것이다!”라고 명확히 정의 내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그래도 더 이상 “모르겠어, 모르겠으니까 아무것도 안 할래”라는 식으로 무기력하게 머무르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모르겠으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알아가 보자”라는 긍정적 태도를 갖게 된 것이다.


Ⅷ. 작가의 따뜻한 문체가 전하는 위로와 공감

 

전승환 작가의 글을 읽어보면, 군더더기가 거의 없고 감성을 자극하는 문장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감상적이지만은 않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꺼내면서도, 독자가 스스로를 돌아보게끔 만드는 힘이 있다.

 

책 곳곳에서 “이 이야기가 나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진다”는 순간이 많았다. 예를 들어, “어쩌면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아서, 정작 내 마음 깊은 곳의 욕망이나 바람을 듣지 못하고 지낼지 모른다”라는 대목. 그 한 줄이 괜히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얼 갈망하는지, 충분히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없었다.

 

이처럼 작가가 제시하는 문장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또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에 파고든다. “마치 내 고민을 알고 있었나?”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묘사가 이어진다. 이것이 이 책이 주는 강점이자 매력이라고 느꼈다.


Ⅸ. 읽는 이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책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가 다른 심리 서적이나 자기 계발서와 구분되는 특징 중 하나는, 작가가 절대로 “정답은 이것입니다!”라고 못 박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런 방법을 시도해 볼 수도 있어요. 물론 당신에게 안 맞을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르게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라는 식으로 권유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 태도가 개인적으로는 매우 편안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쩌면 나만의 독특한 여정일 수 있다. 누군가가 ‘딱 떨어지는 답’을 내려준다고 해서 그 길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여러 갈래의 힌트나 실마리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말하자면,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여러 가능성의 문’을 열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감정 기록과 작은 취미 되살리기(예: 혼자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시간 가지기) 쪽으로 관심이 갔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Ⅹ. “모른다면 모르는 상태 그대로도 괜찮다”는 깨달음

 

책의 후반부에서 작가는, 내가 뭘 원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태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고 거듭 말해준다. 오히려 그 ‘모르는 상태’가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이 말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왜냐하면 세상은 늘 ‘확실한 답’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환호하고, 결단력 있는 태도를 높이 평가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혹시나 “나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라고 말하면, 뒤처지거나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모르겠다”는 것은 사실 인정하기만 한다면, 그 자체로 신선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르니까 배우고, 알아보고, 시도해 보자”라는 태도로 전환할 수 있는 순간이 오히려 재미있고 자유로운 시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내가 현재 직장에서든 개인적인 취미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면, 바로 그 막막함이 나를 새로운 선택지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때 중요한 건 그 막막함을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Ⅺ. 책을 덮은 후 다시 맞닥뜨린 일상, 그러나 조금은 달라진 시선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삶은 당장 획기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여전히 출근을 해야 하고, 여전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소소한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집안일이나 여러 의무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눈에 띄게 달라진 건, 내가 그 일상에 반응하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잔뜩 스트레스를 받거나, 짜증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에 이를 때쯤에야 “아, 힘들어”라고 자각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이라도 일상이 답답하게 느껴지면 “왜 이렇게 갑갑하지? 혹시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부족한 건 아닐까?” 하고 곧바로 들여다본다.

 

그 질문이 내 기분을 한결 가볍게 만든다.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아도, “지금 내가 원하는 걸 아직 몰라”라는 걸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괜찮다는 믿음이 생긴다. 그동안 ‘모름’이 주던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된 덕분인지, 짧은 시간에도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받는다.


Ⅻ. 결국, ‘나를 존중하는 태도’가 시작점

 

내가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교훈은, “내가 내 마음을 존중하고 돌보지 않으면, 결국 어떤 꿈도 제대로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나는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사회적 요구에 맞추느라, 내 감정과 내 목소리를 계속 뒷전으로 미뤄 왔다.

 

그 결과, 어느 시점엔가 “나는 뭘 좋아하지? 뭘 하고 싶지?”라는 질문에 마땅한 답을 떠올리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듯, 그것이 끝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상태에 놓였을 때가 진짜 ‘내가 원하는 걸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문장들은 끝없이 나에게 말을 걸어준다. “주변에 치여서 사소한 즐거움을 놓치진 않았는지?”, “기쁘거나 슬플 때, 충분히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고 있는지?”, “무언가가 아쉽고 결핍될 때, 그냥 참기만 하지 말고 이유를 찾아보았는지?” 같은 질문들이 끊임없이 따라온다. 그 질문들에 성실하게 대답하려 애쓰는 과정이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구체화하는 길이라고, 책은 조용히 일러준다.


XIII.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나는 이 책을 모든 ‘자기 자신’에게 권하고 싶다. 특히 일상에 치여 “나는 왜 이렇게 무기력하지?”, “항상 뭔가가 빠져 있는 느낌이야”라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거창한 ‘성공 스토리’나 ‘자기 계발 노하우’를 기대한다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엄청난 변화를 앞세우지 않고, ‘작은 마음 돌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잔잔한 접근이야말로 더 깊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내가 직접 체험한 사실이다. 목표를 설정하라는 말 대신, “지금 마음이 힘들다면 잠시 멈춰 서서 들여다보자”라고 권유하는 이 책의 태도가 의외의 큰 동력이 되었다.

 

나는 종종 주변 지인들에게 “요즘 삶이 뭔가 불안하고, 확신이 안 서”라고 털어놓는 친구가 있으면 이 책을 추천해주곤 한다. 그러면 그들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피드백을 해주어, 책이 가진 매력과 힘을 다시금 실감하곤 한다.


XIV. 마무리하며: 아직은 모를 수 있어도, 그 모르는 상태를 두려워하지 말자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라는 제목 그대로, 우리는 종종 우리 자신에게 “너는 지금 뭘 원하니?”라는 질문을 던지고도 선뜻 답하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좌절감에 빠지거나, 혹은 더 심하게는 “나는 왜 이렇게 방황할까?” 자책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지점에서 따뜻하게 손을 내민다. “그 방황은, 사실 누구에게나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 말 한마디가, 삶의 방향을 잃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계속 걸어볼 용기를 준다.

 

책을 덮은 뒤, 여전히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 ‘모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다시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전에 보지 못했던 사소한 가능성이나, 감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 모든 감정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체험하는 끊임없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여정에서 나를 다정하게 이끌어주는 친구 같다. 화려한 길을 보여주는 대신, 내가 서 있는 발밑을 조용히 비춰주고, “천천히, 한 걸음씩 가보자”라고 격려하는 느낌이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는, 나 스스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을 품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현실에 지쳤다면, 한 번쯤 이 책을 펴서 작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길 권한다. 작고 사소한 감정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가, 얼마나 삶을 유연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렇게 시작된 작은 변화가 점차 커져서, 지금은 상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나는 그 가능성을 믿게 되었다. 이 책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그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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